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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민 임차인 '독주'





STORY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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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화 속의 새로움


- 독주 -




2호선 신당역 2번 출구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재래시장이 쭉 나온다. “여기 맞아?” 의심하며 걸었다. 모둠전 냄새가 맛있게 나고 돼지머리가 보이는 골목 입구에서 또 잠시 망설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젊은이들이 모인다는 술집이 있을만한 자리가 아닐 것 같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때. 골목 안쪽으로 얼핏 미러볼이 번쩍이는 게 보였다. 휴, 제대로 찾아왔구나. 미러볼 안쪽으로 한눈에 훤하게 보이는 가게에 두 임차인이 보였다.

김승민 임차인은 가게 주변 환경이 동남아 야시장 같아서 그 분위기가 오히려 좋다고 했다. 동남아 야시장의 길거리 음식들과는 상반되는 분위기의 가게가 골목 안 곳곳에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면서 자신도 그런 분위기를 노려 봤다면서 슬쩍 웃었다.



Q. ‘독주’는 두 분이 운영하시나요?

A. 네, 저와 K, 이렇게 둘이 운영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30대 후반이고 가게와는 어울리지 않은 비주얼이잖아요? K 같은 경우에는 나이도 젊고 손님 대응하기 적합하죠. 전에 카페 할 때는 혼자서도 가능했지만 지금은 어렵겠더라고요. 전 요리 전담이라 한 사람이 더 필요했거든요.


Q. 카페를 하셨어요?

A. 독주를 오픈한지 반 년 좀 지난 것 같은데, 그전까지는 노원에서 카페를 6년 정도 했어요. K는 그때 손님이었고요. 카페 오픈 때부터 왔었는데 저와 친분을 쌓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Q. 카페를 하시다가 술집으로 변경하신 이유가 있나요?

A. 코로나 때 카페 영업을 못 하게 했잖아요? 그래도 돈은 벌어야 하니까 배달용 햄버거 가게를 같이 잠깐 했었어요. 그러다가 아예 접어야 했죠. 그래서 이참에 새로운 가게를 해보자, 카페도 너무 오래 했다. 그래서 변경하긴 했는데 저희 술집이라기엔 안주들이 너무 식사같지 않아요?


Q. 맞아요. 밥집 메뉴 같아요. 독주는 음식점과 술집의 콜라보인가요?


A. 처음엔 음식점 하려고 했어요. 음식을 메인으로 하면 어떻게 주문을 받아야 하나, 메인을 하나 시켜야 하나, 1인당 만원 이상이어야 하나 여러 방법으로 시도해보면서 손님 숫자를 체크해봤죠. 결국 음식 위주면 어렵겠다 싶어서 술을 메인으로 하고 시간제한을 뒀어요. 저희가 테이블이 하나고 Bar가 있는데 여기에 전부 손님이 들어와도 14명이예요. 그러면 우리는 계속 로테이션 시켜야 하는데, 하이볼 한 잔 시켜 놓고 하루 종일 앉아 있으면 안 되잖아요. 그래서 카페들이 시간제한 거는 걸 떠올렸죠. 술 한 잔만 시켜도 상관없다, 다만 시간은 정해져 있다. 이렇게요.


Q. 술집에서 밥을 파는 느낌은 어디서 생각하신 거예요?

A. 조금 다른 얘기지만, 예전엔 회식을 보통 4,5차 이렇게까지 했단 말이에요. 친구들이랑 술 마셔도 보통 3차고. 그런데 이제 그런 시대가 끝난 것 같거든요. 코로나 때 더 심해졌고요. 그래서 혼자 무언가를 한다는 기쁨을 알아가는 세대들이 주가 되기 시작한 것 같아요. 그러면 가게들도 그 변화에 맞게 콘셉트를 바꿔야겠죠? 그런데 사람이란 게 하던 걸 쉽게 버리지는 못하잖아요. 3, 4차 하던 사람들이 3, 4차에 하던 걸 포기하는 게 아니라 1, 2차 안에 다 압축시켜서 해버리는 거예요. 재밌죠? 실제로 매년 소주 판매량이 감소한데요. 소주에 과일향 타고 뭘 해도 소주에 대한 인식은 확실히 낮죠. 이왕 한번 먹을 거 더 좋은 거 먹자!에 소주는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저희 가게엔 안주지만 밥 같은 메뉴와 소주보단 더 좋을 것 같은 술들로 구성하게 됐습니다.


Q. 술가게 이름이 독주인 건 정말 독한 술만 있어서인가요?


A. 가게 이름 지을 때 고민 많이 했어요. 우리를 뭘로 드러낼까. 그러다가 간단하고 직관적으로 가자, 그리고 한글로 가자 그렇게 방향을 잡았죠. 그러다 심플하게 “우리 독한 술 파니까 독주하자.”이렇게 됐어요. 글자도 예쁘더라고요. 우리 콘셉트에도 맞고요. 하지만 독한 술만 있진 않아요. 독한 술의 독주(毒酒)이기도 하지만 혼자 먹는 술의 독주(獨酒)이기도 하거든요.


Q. 그런데 노원에서 6년이나 카페를 하셨으면서 갑자기 왜 신당동에 가게를 내셨어요?

A. 우선 한곳에 오래 있는 것에 질렸어요. 그리고 카페가 있던 자리가 학생들이 많은 곳인데 독주는 학생들이 오기엔 가격대가 약간 비싸다고 생각했거든요. 여기는 아무래도 어른들이 많으니깐. 그리고 요즘 워낙 신당동이 뜨고 있다는 이야기도 들었고요. 하지만 정말 솔직하게는 금액적인 부분 때문이죠. 임대료가 높지 않으면 초기 리스크 비용이 적은 게 사실이잖아요. 초기 비용을 줄여야 오래 버틸 수 있을 것 같아 이 정도가 좋다고 생각했어요.


Q. 말씀처럼 신당동이 요즘 떴던데, 임대하실 때 시세는 괜찮았나요?

A. 힙당동이라 불리는 구역은 사실 이 반대쪽이긴 한데, 큰 차이는 안 나는 걸로 알아요. 저희가 시장에 있는 것치고는 비싼 편이고 다른 데에 비해서는 훨씬 싼 편이거든요. 다만 힙당동 구역에는 권리금이 있죠. 그게 억까지도 간다고 하더라고요. 차이는 거기서 생길거 같아요.


Q. 다른 곳에 비해서는 훨씬 싼 편이라고 하셨는데, 지금의 임대료가 가게를 운영하시는데 도움이 되고 계신가요?

A. 평일에 간간히 고비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주말에 장사가 좀 되서 매출은 조금씩 나오고 있어요. 지금의 임대료가 확실히 도움 되는 편이긴 하죠. 싸게 국수집 할거 같은 곳에 들어와서 꾸며 놓고 좋은 술, 음식 팔고 있으니까요. (웃음) 😃 예를 들어 자동차도 좋은거냐 아니냐로 할부금 내는데 20만원 내는 사람이랑 100만원 내는 사람이랑 다를거고 때려 맞을 때 맞는 세기가 다를 거 잖아요. 임대료가 저렴하기 때문에 리스크가 적은 건 사실이죠. 저는 지금 독주정도의 사이즈가 좋아요. 위치가 좋지 않은 건 독주만의 콘셉트로 채워 넣으면 되니까요.


Q. 주변 상인분들은 독주를 어떻게 생각하세요?

A. 처음엔 많이 궁금해하셨어요. 시장 골목에 반짝이 조명 돌아가는 술집이 들어오더니 젊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왔다 갔다 하니까 신기하셨던 거죠. 지금은 많이 귀여워해 주세요. 최근 낮에 드립 커피도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첫 구매자도 골목 상인분이셨어요. 커피는 역시 맥심이란 걸 보니 입엔 안 맞으셨나 봐요.


Q. 오디오 얘기 좀 해주세요. 저게 그렇게 비싼 거라면서요?


A. 일본 후쿠오카에 스테레오 커피라는 카페가 있는데 거기가 여기보다 가게가 좀 작아요. 그런데도 큰 사이즈 스피커를 쓰더라고요. 보통 작은 카페들은 블루투스 스피커나 제네바 스피커 정도인데요. 거기 스피커가 박력감이 너무 좋아서 언젠가 나도 저런 스피커를 가게에 두고 싶다고 생각했죠. 저나 K나 음악을 참 좋아해요. 그래서 만장일치로 이 비싼 스피커를 사기로 했어요. 아마 이 가게 안에서 제일 비싼 게 아닐까 싶습니다. 두 개 합쳐서 1400만 원 정도니까요.


Q. 부동산 요정이 나타나 원하는 지역에 원하는 형태의 가게를 내준다면요?

A. 저는 좀 생뚱맞은 곳으로 가고 싶어요. 뭔가 막 핫한 곳, 유동인구 많은 곳 그런 곳이 아니라 오히려 그런 곳에서 좀 떨어진 곳? 아까처럼 “왜 하필 이런 곳에 가게 내셨어요?” 이런 이야기가 나올만한 곳이요. 저는 손님들이 저희를 찾아서 왔으면 좋겠어요. 배부른 소리겠지만 사람이 엄청 많은 곳에서 그냥 지나가다가 아무렇게나 들어오는 거 말고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우리가 무슨 가게인지 알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맞이하고 싶어요.


Q. 상권을 만들어가는 핵심점포를 키 테넌트라고 부르는데, 그 생뚱맞은 곳에서 독주가 키 테넌트가 되어 새로운 상권을 형성하는 것도 멋질 것 같아요. 이를테면 근처에 하이볼 거리가 생긴다던가?


A. 신당동 하이볼 최고는 독주이긴 한데. (웃음) 😃 어쨌든 키 테넌트? 그건 모든 자영업자들의 꿈 아닐까요? 유행을 따라가기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유행을 선도한다니 생각만 해도 멋지네요. 독주가 그런 견인차 역할을 하게 되면 정말 좋을 거 같아요. 입소문이 나오면 누구든 찾아온다고 생각해요. 생뚱맞은 곳에서 저렴한 임대비용으로 잘 버티면서 슬슬 입소문을 기다려봐야죠. 그러다 보면 키 테넌트라는 거 될 수 있지 않을까요?


Q. 여기 임대인과의 관계는 어때요? 어떤 임대인이 좋으신가요?

A. 서로 소통을 많이 안 하는 임대인? 그게 최고죠. 임차인 입장에서는 그게 훨씬 편하니까요. 지금 임대인이 딱 그래요. 아주 좋습니다. 임차인들끼리 얘기하는 것 중에 하나가 최고의 임대인은 계약 날 외에 만날 일 없고 간섭 없는 임대인이다 이런 거거든요. 연락 오면 일단 겁부터 납니다. (웃음) 😃


Q. 지금까지 기억에 남는 나쁜 임대인 있으신가요?

A. 있어요. 뭐만 고장 나거나 문제가 생겼다 하면 다 저희 탓을 하는 거예요. 사소한 것까지도. 한번은 벽에 타일이 발라져 있었는데 건물이 노후화돼서 타일 하나가 떨어졌어요. 그걸 우리 탓을 하는 거죠. 나가는 날까지 난리였어요. 그리고 1층이 카페고 2층이 집주인이 살았던 적이 있었는데, 집주인이 주차장에 자기 차를 대야 하는데 카페 손님들이 차를 대니까 가게 입구부터 주차장까지 봉으로 다 막아 버린 거예요. 그 주차장은 카페 주차장인데 우리랑 상의도 없이 그랬더라고요. 그런 임대인들은 기억에 남을 수밖에 없죠.


Q. 앞으로 어떤 목표나 계획이 있으신가요?

A. 한번은 F&B 쪽으로 가보고 싶다고 K가 얘기하더라고요. F&B가 요즘 한 종류만 하는 게 아니고 여러 가지 시도를 많이 하니까 우리도 가능할 것 같다면서요. 그렇다고 독주를 키울 생각은 없어요. 얘는 지금 이 크기가 딱인 것 같아요. 큰 거 하나를 얻는 것보다 작아도 여러 개. 독주를 중심으로 카페도 하나, 음식점도 하나. 아, 게임 가게, 만화책방도 하나씩. 내가 좋아하는 거, 하고 싶은 거를 조그맣게라도 다 하고 싶어요. 미련 남지 않게요. 저희끼리는 ‘독’시리즈로 만들자고 반농담까지 한 상태에요. 독주, 독책, 독식… 재밌겠죠? 가능할까요?



김승민 임차인에게서는 특유의 자신감이 있었다. 그 자신감은 그동안 그가 쌓은 경력과 능력만으로 만들어진 건 아닌 것 같았다. 6년간 카페를 하며 손님들의 대소사를 함께 한 이야기를 할 때의 표정을 생각해 보면 그렇다. 그는 아마도 독주에서도 손님들과 그런 일대기를 함께 그려나가는 것을 바라는 건 아닐까? 그가 만들고 싶다는 ‘독’시리즈 가게들도 궁금해진다.



 


[김승민 임차인은 이런 공간을 원해요]

"분위기가 차분한 곳을 좋아합니다. 메인 스팟보다는 변두리를 더 좋아합니다. 좋은 곳이라면 서울이 아니어도 좋겠습니다. 사람들이 가게 인테리어를 할때부터 밖에서 가게가 만들어져 가는 모습을 보며 이 가게가 어떤 가게인지 알아봐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가게를 운영하는 중에도 밖에서 안을 보며 이 가게가 어떤 가게인지 궁금해 하셨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유리창이 큰 1층을 선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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